나의이야기

서러운 봄날은...

박부용 2010. 4. 21. 18:44

 

 

 

서러운 봄날은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박옥주

하루전의  비바람으로 도로 위에 떨어진 꽃잎들이
죽어서 어지럽게 하얗게 쌓여 있다.
지나가는 머리 위로 마치 봄날을 시샘하여 
 때 아닌 춘설이 바람에 흩날리 듯 난분분난분분 눈웃음치며
애교스럽게 하르르 하르르 내려 앉는다.
저렇게 아름다운 꽃잎이 저렇게도 야속하게 떨어질 수 있다니
봄바람이 손톱으로 할퀼 때 마다 한무더기씩 꽃잎들은
상처 입은채 떼 지어 흩날리고 있다.
눈 앞에 내리는 꽃비,
세상이 아름답다. 

벚꽃은 바람이 없는 날도 피어날대로 피어나
더 이상 견뎌 낼 자신이 없을 때
바람 난 시골 처녀처럼
제멋대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흩날리며 쏘다닌다.
이러다보면
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이 저렇게 얄팍한 바람에도
생명줄을 놓아버리는 꽃잎처럼 덧없이 가버릴 수 있는것을...
그렇게 서러운 봄날을 보내고 보면
가슴 밑바닥에 시린 슬픔 한사발 고여 들고 있는것을.....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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